필자는 고등학교를 정읍에서 다녔다. 지금은 제일고등학교로 교명(校名)이 바뀌었지만, 당시에는 정읍농림고등학교였는데 필자가 1969년 1월 10일에 졸업했으니 약 48년 전 쯤 되는 것 같다.
참으로 긴 세월이 흘렀지만 어린 시절 3년간을 정읍으로 학교를 다녀서인지 정읍을 생각하면 상당히 정겨운 도시이다.
정읍사 가요제를 한다고 해서 취재 겸 구경 삼아 지난 10월 21일 토요일 저녁에 정읍사 공원에 갔다. 행사장에 7시쯤 도착했는데 주차할 곳은 당연히 없었고 겨우 겨우 빈 곳을 찾아서 주차를 하고 무대를 향해서 갔는데 정작 기대를 하고 갔던 장윤정과 진성은 노래를 끝낸 뒤였다.
열 명의 노래 경연자들이 예심을 거쳐서 노래를 하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는 상당히 잘 부르는 듯 보였다.
그런데 이런 때 꼭 끼어드는 감초들. 제전위원장이라는 사람의 지루한 잔소리, 김생기 정읍시장의 인사말. 자기들은 모처럼의 자리에서 무대에 선 김에 할 말이 많겠지만 듣는 관객은 사실 가수들의 노래를 기다리는데 눈치라고는 참 없는 사람들이었다.
제전위원장은 그렇다 치고, 김생기 시장은 형사(刑事)사건으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사람이 무슨 정읍사 가요제를 통하여 세계적인 가수를 만들어 내자는 좀 황당(?)한 얘기를 하는 걸 보고 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70이 넘은 나이에 그 말 몇 마디 함부로 하여 3선(三選)은 쉽게 할 수 있는 여건을 어쩌면 결과에 따라서는 망쳐버릴 수 있는 이 상황에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을까.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일까. 허세를 부려보는 걸까. 필자의 머리는 순간이나마 상당히 복잡해졌다.
그건 그렇고. 어두워서 세어 볼 수 는 없었지만 관객이 앉아서 볼 수 있는 의자는 100여석이 넘지 않는 걸로 보였는데, 나머지 7~8백여명의 관객은 반듯하게 서기도 힘든 경사진 좁은 언덕배기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 무대를 까치발을 하고 보고 있다가 그냥 가버리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필자도 소문난 잔치인 이 정읍사 가요제가 어떻게 끝나는지 보려고 참고 또 참으며 경사진 언덕에 서 있었는데 이 정도의 행사에서 무슨 세계적인 가수 타령을 하는가 하고 어이없는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정읍사(井邑詞)라 하면 독자들도 다 아는 것처럼 백제시대의 한 여인이 장사하러 나간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불렀다는 노래(歌詞)이다. ‘달하 노피곰도드샤 어긔야 머리곰 비치오시라~’로 시작되는 좀 평범한 듯 하지만 남편을 기다리는 그 여인의 깊은 정이 느껴지는 실로 정읍시로서는 크나 큰 문화유산이라고 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읍사(井邑詞)를 테마로 하는 가요제이면 좀 넓은 곳에서 객석의 의자도 아무리 못해도 천 여개는 놓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아마추어 가수들도 중요하지만 유명 가수들도 많이 초청해서 잔치다운 잔치를 해야 할 것 같은데 필자가 정읍시에 너무 큰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모처럼 가 본 정읍사 가요제는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은 남는 행사였다.

데스크 기자  jbk1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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