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언영색(巧言令色) - 아름다운 말과 아름다운 모양'.

공자는 말을 아름답게 하고 자태를 아름답게 하는 사람, 즉 꾸밈이 많은 사람들 중에는 어진 사람이 드물어 실속이 없다고 했다. 부안군 산하 각 실, 과, 소를 비롯한 여러 팀들을 지켜보면 보이기 위한 사업으로 경쟁하는 것을 보니 행정이 교언영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지나친 비약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필시 필자만 느끼는 느낌은 아니라 생각이 든다.
‘교언영색’이라는 어려운 말은 차치하고 쉽게 풀어 말하자면 ‘속 빈 강정’이다.

얼마 전 군청 앞에서 지인(知人)을 만났다. 얼굴이 상기된 표정으로 “군청이 개판이다”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이유는 인허가 담당 공무원의 고압적이고 불성실한 응대 그리고 업무 처리 과정에서의 답답함 등이었다. 부안군청 일부 인허가 담당 공무원의 고압적이고 불성실한 응대 등은 필자가 지면을 통해서 수차례 지적하고 개선을 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주지하고 있었다. 지인의 인허가 신청 관련 내용에 대한 불만을 그대로 기술(記述)하기에는 오히려 역으로 더 큰 피해와 차별을 받을 수 있음이 우려되어 생략한다.
60대 초반인 민원인이 30대 후반 혹은 40대 초반의 주무관 책상 뒤에 서서 30여분을 기다려도 명쾌한 답을 주지 않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차를 마시고 기껏 한다는 말이 “다른 부서에서 협조 공문에 대한 답이 오질 않아서 그러니 가서 기다리시라니깐요”라면 어느 누가 화가 나질 않겠는가. 해당 주무관에게 재차 물었다고 한다. “말씀하신 타 부서 담당에게 물어보면 진행 과정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 “마실 축제 때문에 출장 갔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행정에도 타이밍이 있다. 특히 인허가 관련 민원은 타이밍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민원인 한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원인의 가족 그리고 크게는 민원인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의 운명이 달린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허가 담당 주무관은 법정 처리 기한만을 주장하고 타 부서의 협조가 안됐다라는 이유로 일단 돌아가서 기다리라고하면 답변을 듣고 돌아가는 민원인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늦어지면 늦어지는 이유를 반려해야 한다면 반려해야 하는 이유를 보완해야 한다면 보완해야 할 점을 설명하는게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또한 그런 설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가 바쁜지 묻고 싶다.
김종규 군수 취임 이래 부안군이 많이 바뀌었다. 부안군 소속 공무원들이 ‘군수가 너무 일을 많이 하려 한다’라는 불만이 있을 정도로 김 군수의 업무 추진력과 성실성은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실제 들여다보고 필자가 느낀 점은 “김 군수만 바쁘다”다. 물론 대부분의 부안군 공무원들은 친절하고 성실하고 군민을 존중하고 있다. 일부 미꾸라지들이 방죽을 흐리고 있다. 그러나 그 일부 미꾸라지들이 미치는 부안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막대하다.
동진강 다리를 넘어 부안읍으로 들어오는 길에 설치된 부식이 되질 않아서 사업비가 많이 들었다는 영문으로 부안이라고 제작된 철근 조형물, 작가의 예술성은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천만원을 들여 제작한 부안군청 앞 붓 모양의 조형물, 매창 사후 400여년 만에 영정을 제작해 부안군 이름이 정해진 600년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이유로 제작 배경을 설명한 매창 영정 등으로 ‘행복한 군민, 자랑스러운 부안’이 될 수 없다. 말 그대로 교언영색일 뿐이다.
김 군수는 취임사 등에서 부안군의 도덕률을 혈구지도(?矩之道)라고 했다. ‘자기의 처지를 미루어 남의 처지를 헤아린다’라는 의미다. 김 군수만 혈구지도를 하면 어떤 의미가 있는가. 김 군수만 성실하고 부안군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한 명의 민원인도 만족을 시키지 못하면서 그리고 그 한명의 민원인의 처지를 헤아리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행복한 군민, 자랑스러운 부안’이 될 수 있겠는가. 김 군수는 이제 남은 일 년 정도의 임기 동안 무엇을 더 해볼까라는 고민 대신 지난 임기 동안 무엇이 부족했나를 돌아보고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여러 사람들에게 오만원권을 보여주며 갖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라하면 모두가 손을 든다. 구기고 구둣발로 밟혀 형태가 변해도 서로 가지려고 한다. 오만원권의 가치가 변하지 않듯 부안군 공무원들이 진정으로 부안군의 발전을 위하고 진정으로 부안군민을 존중하고 봉사한다면 행정이 교언영색 할 필요가 없다.

데스크 기자  jbk111@hanmail.net

<저작권자 © 아리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