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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쌓기, 두고만 볼 것인가

올해도 마찬가지로 관공서 앞 나락 쌓기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풍년가와 풍악을 울리며 기뻐해야 할 수확의 계절에, 그것도 요근래 사상 유례없는 대풍이라고 매스컴마다 야단법석들인데 농민들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깃발을 높이 치켜들지도 못하고 논배미에 주저앉아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 것이다.
정부의 주부관청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언론보도를 통하여 수요 공급의 원칙’에 의한 시장경제의 흐름을 내세우며 쌀 생산량과 재고량의 증가, 그리고 쌀 소비량의 감소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쌀값하락 현상이라며 책임회피성 충격완화 전략을 쓰고 있다. 특히, 의무수입으로 인한 쌀 40여만 톤이 재고 원인의 한 몫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여기에 대하여는 일언반구조차 없는 것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통계에 의하면 금년 10월 기준, 쌀 상품 도매가격은 80㎏ 1가마당 13만6천 원이다. 지난해 같은 달 기준 쌀값은 15만9천 원으로 무려 14.6%가 하락하였으며 25년 전 쌀값으로 회귀한 것이다. 지금 시중에 거래되는 쌀값은 커피 두잔 값으로 네 명이 열흘을 먹을 수 있는 쌀 한 말을 살 수 있다. 참으로 어이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해마다 모든 물가가 1~2.2% 씩 꾸준히 오르고 있으며 더욱 심각한 것은 비료, 농약, 필름, 하우스 파이프 등 농업자재는 10~20% 급등하고 있음에도 유독 쌀값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마당 쌀 생산원가의 적자 폭이 커짐으로써 농가 부채 증가의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무반응과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어 정부를 믿고 따르는 농민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
쌀값 하락의 또 하나의 원인은 유통체계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정부의 무관심 아래 대형마트는 무소불위적 갑질 마케팅을 휘두르고 있다. 생산 농민에게는 저가의 납품을 강요하고 소비자에게는 폭리를 취함으로써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마트만 살찌우는 유통체계가 되어 버린 것이다.
현재 쌀이 생산에서부터 소비자까지 전달되는 유통구조는 생산한 농민들이 직접 도심이나 시장에 팔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부가 물량 일부를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용으로 직접 매입하고 농협과 민간이 운영하는 RPC(미곡종합처리장)에서 정부로부터 장기 저리로 자금을 조달받아 수매하는 체계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장기 저리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농협과 민간RPC들이 창고에 보관하면서 쌀값의 수급조절 역할을 하여야 함에도 그 기능을 망각한 채, 보관경비의 증가와 역계절진폭으로 손해 볼 것을 우려 대형마트의 대량매입 유인책에 말려들어 저가로 팔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농민들은 생산된 벼를 RPC에 쌀로 환산하여 80㎏ 쌀 1가마당 약 12만 원 남짓한 가격으로 납품하고 RPC에서는 벼를 도정 포장하여 약 14만 원 선에서 도매가격으로 대형 마트에 넘긴다. 문제는 대형마트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이 약 18만4천 원, 심지어는 그럴싸한 브랜드와 포장으로 21만6천 원까지 팔고 있기 때문이다. 쌀 소매시장을 교란시키며 무려 30~40%의 마진율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등골을 빼 먹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쌀은 우리 민족의 제일의 식량이다. 오죽하면 식량주권이라고 하질 않는가. 그럼에도 정부는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팔짱을 끼고 외면하고 있다. 생산농민은 농가부채에 허덕거리며 대대손손 지키며 살아온 문전옥답의 농지들이 한순간에 농협 경매로 넘어가는 등 고단한 삶을 연명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현재의 유통구조를 실사 확인하여 대형마트의 폭리를 적극적으로 제재하고 대처한다면 생산자인 농민들은 쌀값을 좀 더 높이 받을 수 있고 소비자는 좀 더 낮은 가격으로 구매 할 수 있는 것이다.

벼꽃은 아침 일찍 피어 1~2시간 후 바로 진다.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면 볼 수가 없다. 벼꽃을 보려면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야만 볼 수 있다. 평생을 겸손의 미덕으로 제 자식 돌보듯 부지런히 농사를 짓고 살아 온 농민들에게 더 이상 아픔을 주어서는 안 된다.

아리울신문  jbk1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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