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인  복

법학박사 / 칼럼니스트

요즘 뉴스를 보면-주로 TV 뉴스- 국회의원들이 “形骸化(형해화)된다, 될 염려가 있다”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 걸 보게 된다. ‘形骸化(형해화)’라는 용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내용은 없이 뼈대만 있게 된다는 뜻으로, 형식만 있고 가치나 의미가 없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더불어 법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용어이고 일반인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용어이다. 국회의원들 중 상당수가 법조인이어서 그들에겐 익숙한 용어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일반 대중에겐 생소한 이 용어를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 법학을 전공했다 하더라도 학부(學部)만 나온 사람들은 별로 사용하지 않는데, 사실 ‘형해화’의 뜻이란게 무슨 오묘하다거나 이 용어 외에 다른 대체어가 없는게 아니다. 우리의 민법이 일본의 그것을 계수(繼受, 이전의 것을 이어받음, 남의 것을 넘겨받음)한 것이라고 말하는데, 아마 일본식 표현일 것이고 좀 심하게 말하자면 일제의 잔재라고 할 것이다.

필자도 어쩌다 아주 드물게 그 形骸化(형해화)를 사용은 하는데,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옛날에는 배운자들이 평민들은 알아 들을 수 없는 용어를 사용하고 어려운 한자를 사용하여 자기들만의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악용(惡用)했다는데 그게 지금의 개명(開明)된 세상에서는 할 일이 아닌 것이다. 진실로 유식한 사람들은 쉬운 말을 사용한다.

물론 좀 어렵더라도 딱히 그 용어가 아니면 안되는 경우에는 그 용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다른 비슷한 용어를 사용했을 때 그 용어에 대해 다른 해석을 할 여지를 줘서는 안되기 때문이고 다른 해석을 의도적으로 실행하여 악용하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공직자 중에서는 뜬금없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용어를 끄집어 내어 사용하는 것을 종종 보는데 그 사고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진솔한 마음의 표현은 그런 섣부른 용어의 사용으로 인해 상처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디 자중하길 바란다.

데스크 기자  jbk1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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