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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君, 臣臣, 父父, 子子(군군, 신신, 부부, 자자)

 

위의 글은 논어(論語)에 나오는 공자님의 말씀이다.

‘임금 군, 신하 신, 아버지 부, 아들 자’임은 독자 제현들께서 익히 아시는 바 일 것이다.

제나라의 경공이 공자님께 정사를 물었다.

공자님은 대답을 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 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합니다”. 맞는 말씀이다.

옛날에도 그랬겠지만 지금은 더욱 가슴에 와 닿는 말씀이다.

필자가 한창 젊었던 때인데 필자가 지금까지 살고 있는 줄포면에 초임 면장이 부임해 왔다. 7~8월경이니 무척 더웠다. 선풍기도 관공서에는 귀한 시절이니 더위를 이기는 건 찬물로 등목을 하는 정도였다. 그 무더운 여름에 그 높으신 면장님이 부임한 그 날. 면사무소 마당의 잡초를 손수 뽑고 다니셨다. 면사무소 직원들은 만류도 하고, 송구하여 몸 둘 바를 몰라 해 하며 쩔쩔 매는 광경이 벌어졌다. 줄포면사무소에는 그런 일을 전담하는 사환이 한 분 계셨는데 그분의 입장은 어땠을까. 그 사환이 당시 부임한 면장보다 10여년은 나이가 더 되는 사람이었는데 술을 무던히 좋아했고 그 주민들이 농담삼아 ‘X 면장!’ 이렇게 불러주면 그 사람 좋은 사환은 마냥 즐거워했었다.

그 초임 면장은 잘하는 일이라고 했을 그 잡초 뽑기가 과연 정말로 잘한 일일까. 그 사환보다 봉급을 2~3배는 더 받았을 면장이 겨우 한다는 일이 잡초 뽑기인가. 필자는 그때 당시에도 혀를 끌끌 찼었다.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들이 경로당에 가서 배식 봉사한다고 앞치마를 두르고 밥을 푸고 있다. 이것도 잘하는 일인가. 이건 사실 이벤트에 불과하다.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대중을 속이는 행위라면 지나친 폄훼인가.

유기상 고창군수가 지난 7월 1일 취임 1주년을 맞아 미화원들과 함께 거리 청소를 하고 해장국을 같이 먹었다는 보도를 봤다. 거창하게 취임 1주년 기념식을 하는 다른 곳의 시장이나 군수에 비해 훌륭한 일을 한 것처럼 보도들을 하는 건데, 과연 그런 행위가 훌륭한건가. 높으신 군수님이 그런 궂은일을 손수 하시니 훌륭하시다는 건가.

유기상 군수는 역시 한 수 높은 정치인이였다. 고창군민의 감성을 이용할 줄 아는 노련한 정치인이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무슨 고인돌 좀 있다고 ‘한반도 첫 수도’라는 기발(?)한 이벤트를 벌리지 않나. 필자의 눈에는 그야말로 이벤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유기상 군수가 한 말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부안군과의 해상 경계의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완승했다’는 류의 말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 그 문제는 박우정 前 군수 때 시작된 일이고 그때가 고창출신 김이수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던 때이고 또한 그 김이수 재판관이 헌법재판소 소장 자리에 물망이 오를 정도로 힘이 있던 분이니 고창군과 부안군의 다툼의 승패는 정해져 있던 거나 다름이 없었던 일이라면 필자의 지나친 억측인것인가.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라는게 좀 정치적인 재판이라는게 필자의 견해이다. 세력이 큰 쪽이 이길 확률이 높다고 보는데 이건 순전히 사견(私見)임을 전제한다.

유기상 고창군수는 조선시대의 원님 스타일로 보이는 건 필자의 편견일 수도 있겠으나 그 원님이 폭정을 일삼던 변학도나 조병갑 같은 원님은 결코 아님을 밝혀 둔다. 선정(善政)을 베풀려 하고 일을 열심히 하려는 모습은 보인다.

그러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는 걸 보면 역시 행정고시 출신다운 천재성을 보이는 것 같은데 자신을 다산 정약용이 말한 목민관(牧民官)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목민관의 목(牧)이 무슨 자(字)인가. ‘기를 목’ 이다. 원님이 어리고 약한 백성들을 기른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옳은 해석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지금이 어느 시절인가. 지금같이 개화된 세상에 목민관이 필요한 것인가. 지금은 군민으로부터 모든 권력이 나오고 그것이 군수에게 위임되어 행사된다면 그리 틀린 얘기는 아닐터인데, 군민은 목민관인 군수가 기르는 존재가 아니라 군수가 섬기고 받들어야 할 주인이라는 것을 혹시 고창군수 유기상은 아직 모르는 것인가. 필자의 눈에는 여전히 목민관으로서의 유기상 군수로 보여진다.

사무관을 임명할 때 조선시대의 왕이 썼던 교지(敎旨)를 주었다는데, ‘한반도 첫 수도’라더니 그 첫 수도의 임금님 코스프레를 하는 건 아닌지 좀 웃음이 나오는 일이다. 교지(敎旨)로 임명장을 받으면 그 사무관들이 군수를 옛날의 임금님처럼 받들어 모셔야 하는 걸로 보인다면 좀 우습지 아니할까.

부안군청의 취임 1주년은 어땠는가. 권익현 군수는 사실 작년에 폭우로 인해 취임식을 변변히 치루지 못해 많이 아쉬웠을 법도 하다. 그 어려운 선거를 치러서 천신만고 끝에 오른 자리인데 성대하게 치루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비젼선포식’ 등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취임 1주년에 부안군민들에게 ‘앞으로 이런 이런 일들을 하겠다’는 계획을 알리고 군민들에게 희망을 주려했다는 것은 사실 비난의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

군수는 군수다워야 하고, 국장은 국장다워야 하며 과장은 과장다워야 한다. 팀장은 팀장다워야하고 주무관은 주무관다워야 한다.

군수가 미화원 같아서는 안 되고 군수가 청원경찰 같아서도 안 되는 것이다.

진실성 없이 이벤트나 벌려서 좋은 군수라는 이미지나 만들려 한다면 잠깐은 속일 수 있어도 그 속임수가 길게 가지는 못한다는 걸 군수는 알아야 한다.

혹시 군민들을 ‘개, 돼지’로 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데스크 기자  jbk1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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