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인  복

아리울신문 고문 / 법학박사 / 칼럼니스트

추석이 다가온다. 어릴적 추석이라면 부모님으로부터 옷 한 벌을 얻어 입을 수 있는 설과 더불어 가장 큰 명절이었다.

추석이나 설이면 옷 한 벌 생기는 것 외에 모처럼 고기 반찬에 떡과 과일 등 평소에는 좀처럼 먹기 힘든 음식을 실컷 먹는 기쁜 날이 바로 추석과 설이었다. 우리 집은 그리 부잣집은 아니었으나 하얀 쌀밥도 가끔은 먹을 수 있던 집이어서 도시락을 열고 학교에서 점심을 먹을 때면 다른 친구들의 꽁보리밥을 보면 좀 부끄러웠던 기억도 있다. 지금이야 부잣집이라는 것이 자랑이지만, 필자의 어린 시절은 부잣집이라는 것이 그리 자랑이 아니었던 것이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그래서 하얀 쌀밥을 먹는 것이 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는데 50년도 훨씬 전의 일이니 까마득한 추억일 뿐이다.

필자의 부모님은 줄포면의 시장에서 포목점을 하셨고 또 농사도 상당한 면적을 지으셨다. 추석 때쯤 되는 장날이면 우리 논 근처에 사시는 어른들이 우리 논에서 일을 하고 받을 삯을 미리 내어다 쓰기 위해 필자의 아버님을 찾아 오셨었는데 아버님은 그 어른들에게 후하게 대하셨던 것 같다. 그 어른들은 주로 아버님과 연세가 비슷하셨던 친구 분들이었던 것 같은데 그 어른들이 원하는 만큼의 ‘고지돈’외에도 줄포 시장의 그 굵은 면발의 고춧가루를 듬뿍 풀어 놓은 국수 한 그릇과 막걸리를 대접하셨는데 아쉬워서 오신 그 친구 분들을 조금도 마음 상하게 하지 않으셨다. 그때의 어른들 노임이 하루에 400~500원이었는데 그 어른들은 필요한 만큼의 ‘고지돈’을 받으시고 그 돈으로 차례에 쓸 제물도 사시고 생필품도 사셔서 취기가 거나해지셔서 집으로 가시는 걸 필자는 자주 보았다.

필자는 20원 정도의 용돈을 장날이면 아버님에게서 받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돈으로 그 줄포 장터에서 엿도 사먹고 가지고 놀 장난거리도 산 걸로 기억된다.

아버님이 필자의 고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는데 조문 오시는 어른들이 참 많았었다. 지금생각하면 필자의 아버님이 상당히 인심을 얻고 사셨던 것 같다.

지금이야 그때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잘 살게 되었고 남의 ‘고지돈’가져다 사는 사람도 없지만 이웃 간의 정은 그때에 비하면 거의 없어졌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때는 면서기라고 불리 웠던 공무원들도 대접 받는다는게 막걸리 몇잔이었고, 서로 형님 동생하며 다정하게 지내는 풍경이었는데 지금은 어떤가. 나라가 잘 살게 되니 시청이나 군청이나 예산의 규모가 천문학적인 숫자이고 공무원이 일을 저지르면 몇천만원은 순진한 편이고 억대 이상의 규모이니 부패의 규모도 커질 대로 커졌다.

필자가 살고 있는 부안의 군청은 전직 군수가 들어갔다 나온지가 얼마 안되는데 또 구속되어서 5년의 징역형을 구형받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고 같이 일을 저지른 계장도 구속되어 재판 받고 있고 또 현직 군수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을 하지만 과장 및 비서실장 등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추석 가까운 지금에 그 옛날의 추석을 떠올리며 참으로 깊은 회한(悔恨)을 느끼는 요즈음이다.

아리울신문  jbk1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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