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주 원

편집국장 / 대표이사

필자가 군대 소대장 시절 일이다.
지금이야 군 시절 소대장 동기들이 대대장 이상으로 복무하고 있으니 연대장, 대대장, 중대장 등이 그리 높아 보이는 계급은 아니지만 임관 후 강원도 철원에서 갓 소위를 단 소대장으로 복무하고 있을 때의 연대장, 대대장, 중대장은 눈을 마주치기도 어려운 높은 계급의 상관들이었다.
그런데 당시 필자의 눈에는 참 이상한 상황이 있었다.
당시 대령인 연대장이 계급이 한참 아래인 중사에게 이상하리만치 꼼짝 못하고 먼저 예우를 하고 매사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비상 훈련 상황에서도 연대장을 포함한 모든 장병들은 얼굴에 새카맣게 위장 크림을 바르고 뛰어 다니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서도 그 중사는 평소와 다름없는 복장으로 뒷짐을 지고 어슬렁 거리는 모습이었다.
그 중사는 대위인 중대장이나 소령들에게는 아예 경례도 하지 않는, 말 그대로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였다.
어느 정도 군 생활의 경험이 생기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됐다.
바로 기무반장이기 때문이었다. 군대내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기무사령부에서 일반 보병 부대에 파견된 보직을 갖고 있는 기무반장인 것이다.
지금 상황은 필자의 군 생활 당시와 어떻게 다를지 모르겠지만 당시 그의 기세는 참으로 대단했다.
모두들 그에게 조심스러웠던 이유는 바로 첩보 보고 때문이었다.
소위 말하는 ‘~카더라’라는 소문을 듣는 대로 팩스 등 통신 장비를 통해 기무사령부로 직접 전송하는 첩보 보고. 첩보 보고에는 사실 확인 여부를 묻지 않았다. 말 그대로 듣는 소문을 그대로 보고하는 것이었다.
군대 용어로 정보와 첩보는 둘로 나뉜다.
먼저 정보(情報)는 쉽게 말해 확인되고 평가된 소식 즉 사실을 의미하고 첩보(諜報)는 확인이나 평가되지 않은 소위 말하는 소문 등을 포함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즉, 군 부대 내에 이런 저런 소문들을 여과 없이 상부로 보고하면 그에 대한 확인 절차가 따르게 되는 것이고 그 소문에 대한 검증 및 확인 과정에서 해당 장교나 부사관 등은 진급 등에 악영향을 미치기에 미리 친분을 쌓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민선 6기가 이제 불과 10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지난 3년간 추진했던 일들이 결실을 맺기 위해 마무리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모 자치단체에서는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임기 초반부터 들려오던 측근 건설업자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측근 공무원 승진시키기, 매관매직(賣官賣職) 등이 여전히 들려오고 있다. 아니 임기 말이 되면서 그러한 비위들의 강도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한 제보들이 여기저기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제보들 중 정보도 있고 첩보도 있다. 말 그대로 사실로 확인된 내용도 있고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첩보, 그 첩보가 사실 확인 단계를 거쳐 정보로 확인이 된다면 그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지금껏 허무맹랑한 첩보들이 많아 그 사실관계 확인에 소홀했고 본지 기사화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오는 첩보는 상당한 근거를 포함한 첩보들이 상당하다.
이제는 그 첩보들의 사실관계 확인에 심혈을 기울일 생각이다. 그게 바로 신문사의 사명이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지역 신문의 본연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우리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인물 중의 하나가 바로 궁예이다. 신라 경문왕의 서자로 알려진 그가 철원 일대를 중심으로 나라를 건국한 것은 무엇인가 특별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백성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현실화시키려 하였기 때문이다.
신라 말 귀족들의 발호가 극에 달했을 때 골품제도라는 핏줄을 중시하는 신분제도는 백성들에게 신분상승 및 발전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모든 권력은 국왕과 귀족들에게 집중되었고 백성들은 착취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궁예는 새로운 세상을 천명하였다. 바로 미륵세상이자 용화세상이었다. 모든 백성들이 신분의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에서 전쟁과 미움이 사라진 평화세상이 곧 그가 외치는 세상이었다.
그는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화살 하나 사용하지 않고 강원도 지역을 자신의 영토로 포함 시킬 정도로 백성들의 지지를 받은 지도자였다.
그러나 궁예의 말년은 어떠했는가. 그 많은 지지를 받던 궁예는 백성들의 돌에 맞고 세상을 마감했다.
자신이 지역 주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아 단체장의 자리에 올랐다고 치자. 그러나 그 지지가 영원하지는 않다. 자신과 그 측근들로 인한 여러 비위와 구설수들로 인해 많은 지지층들의 마음이 돌아선 걸로 보인다.
자신과 자신의 측근들이 지금껏 저질러 온 비위. 그 비위들로 인해 궁예의 말년처럼 비극적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남은 임기라도 사욕(私慾)을 버리고 진정 지역 주민들을 위한 위민행정(爲民行政)을 펼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첩보들이 넘치고 있다. 궁예의 마지막을 기억하라”

서주원  jbk1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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