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경 민

부안공동체 살리기 운동 본부 대표
前 국민회의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

2014년 마스다 히로야 일본 총무상이 ‘지방소멸’이란 책을 냈다.
주 내용은 2040년경 일본의 지방자치 단체 중 900여개의 시, 구, 정, 촌이 사라진다는 것으로 그 원인을 저출산과 고령화로 꼽았다.
이 책은 일본 내에서 큰 충격을 주었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던 한국도 제 발등의 불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지난 해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 고용정보원이 앞으로 30년 안에 전국 229개 시, 군, 구 중 84곳이 사라질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우리나라 출산율 1.17명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낮고 고령화는 세계 제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저출산은 우리사회의 어려움을 방증하는 것으로 주로 경제적 이유다. 일자리 부족, 불완전한 비정규직, 낮은 급료, 과도한 근로시간, 육아 및 교육의 어려움 등이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의료기술의 발전, 양질의 건강, 복지 및 문화 생활의 향상 등으로 고령화가 진행되어 저출산, 고령화 이 두가지가 인구 감소의 요인이 되었다.
도시에 비해 지방인 농, 산, 어촌의 경우는 고령화와 저출산 그리고 젊은 세대의 이촌향도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2015년 기준, 나라 전체 고령화율 13.2%에 비해 농, 산, 어촌의 고령화율은 37.8%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고 출산율은 제로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로 인해 초등학교가 없는 면이 24개, 보육시설이 전무한 읍ㆍ면이 412개, 응급의료기관이 없는 군이 10개이다.

- 부안, 국내 대표적인 인구 소멸 위험지역으로 꼽혀 -

그렇다면 산, 들, 바다 풍요롭고 인심 좋다는 생거부안은 어떠한가?
1972년 기준 17만명의 부안 인구는 2017년 현재 5만7천명이 채 안된다. 10만명 이상이 줄었다. 2/3이상이 부안을 떠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최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행정자치부에 제출한 정책연구보고서(저출산, 고령화에 의한 소멸지역 분석)를 살펴 보면 우리 부안이 전국 229개 시, 군, 구 중 소멸위험성이 높은 상위 25% 그룹에 속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연구 결과 2040년에 이르면 부안군은 추계 인구 기준 현재 4만6천명에서 2만6천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유출 여파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서도 그만큼 심각한 것이다.
600년 역사를 이어 온 우리 부안의 역사가 사라지고 조상이 물려준 산, 들, 바다를 바탕으로 풍요를 누려왔던 부안 공동체가 사라질 위기에 있는 것이다.
자치행정의 주체로서 공공단체의 전형적인 존재이며 공법인인 부안군이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우리 부안 면 단위 자연 마을이 붕괴 된지는 오래 되었다. 교육, 의료, 보육 등 기초생활 인프라가 무너지는 생활사막(Life Desert)현상이 진행되고 상점의 50%, 금융기관 60%가 사라지고 병원, 약국은 거의 없다.
면 단위 자연마을의 농사짓는 이들은 읍내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농경지로 출, 퇴근하고 역대 정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퍼 부었던 마을 만들기, 녹색 체험마을, 정보화 마을, 권역별 사업은 우리 부안도 예외 없이 시멘트 건물만 덩그러니 남겨둔 채 소득 사업은 쥐꼬리만한 소출과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
향약과 두레정신을 바탕으로 한 예전의 마을공동체는 사라지고 없다.
인구 감소에 대한 중앙 정부의 무대책도 문제지만 지자체의 책임은 없는 것인가?
부안군도 뒤늦게 저출산 대응 추진 방안 및 인구 늘리기 신규 시책 보고회를 갖는 등 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있지만 공무원들을 동원한 주민등록 주소지 갖기 운동과 귀촌ㆍ귀농 위주의 단편적이고 일회성에 지나지 않는 정책이 아닌가 싶어 안타까울 뿐이다.
20~3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고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군민과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지만 아직도 시대를 못 읽고 여기저기 개발입네 하고 파헤치는 전시성 토건행정에 몰입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닭 제 발목 쪼아 먹기 식의 축제나 인기 위주 선심행정에 눈, 귀가 먼 것은 아닌지. 겉만 화려하고 속 빈 강정은 아닌지 뒤 돌아 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앞으로의 몇 년간이 부안 공동체를 살리느냐 죽이느냐의 골든타임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 대응 방안에 대한 필자의 의견은 지면 관계상 추후에 상술할 기회가 있기를 바라면서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참회록’에 나오는 우화에 우리 부안의 운명을 가늠해 본다.
“굶주림과 추위에 지친 한 나그네가 광야를 걷고 있었다. 갑자기 뒤에서 사자가 쫓아오고 나그네는 다리야 날 살려라 하고 도망쳤다. 도망치다가 우물을 발견하고 우물에 무작정 뛰어 들었다. 다행히 우물 중간의 나뭇가지에 몸을 의지하게 된 나그네가 밑을 보니 뱀들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오도 가도 못하게 된 나그네의 눈에 나뭇가지 꽃에서 벌들이 날고 꿀이 보였다. 허기진 나그네는 만사를 잊고 꿀을 정신없이 빨아 먹으며 허기를 채워가는데 아뿔사 나무줄기를 흰 쥐와 검은 쥐가 돌아가면서 긁어먹고 있었다” 인생을 비유한 우화로 흰 쥐는 낮이고 검은 쥐는 밤이다.

데스크 기자  jbk1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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