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태 근  / 前 부안군 축산과장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규모가 눈덩이 처럼 커지고 있어 나라 경제가 휘청 거리고 있다.

지난해 11.16일 전남 해남의 농가에서 첫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이래 17. 1. 13일 현재 가금류를 살 처분한 것이 3,000만 마리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동남아시아, 중국등 AI 연중 발생국으로 둘러싸인 지리적 여건이나 우리 고장에 2013 년에 육가공 업체가 가동을 시작 하면서 가금류 사육농가도 크게 늘어나 현재 127 농가에서 630여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고, 철새주요 이동로인 서해안에 위치하고 인근 고창, 군산 등 철새 도래지가 인접하고 있어 AI 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위험 지역군에 속한다.

이렇듯 이미 우리 부안은 지난해 12. 9일 1차 발생에 이어 금년 1. 6일엔 2차 발생이 확인 되어 총 16농가 20만 9,000여수를 살 처분 하였다.

AI 재난은 2003년 국내에서 최초 발생한 이래 벌써 여섯 번째로써, 철새에 의해 국내에 유입된다지만 방역 경험이 쌓이고 이미 방역 매뉴얼(SOP)이 만들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3년간 겨울철만 되면 감염 병으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렇게 반복되는 AI의 문제점은 어디에 있을까.

먼저 방역 시스템의 문제를 들 수 있겠다. 방역 현장에서의 인력과 전문성 부족, 살 처분 현장에서의 인력 통제와 소독, 발생농장 사후관리, 분변차량이나 계란 수집차량 및 농장 간 차량 이동통제, 겨울철 소독제의 효능 등 매번 드러나는 문제일 것이다.

특히, 최초 인지단계에서 해당 농장이나 야생조류의 AI 바이러스가 방역당국에 걸려들지 않는 한 국내에 이미 상당 부분 확산된 이후에 신고 되거나 인지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런 점으로 볼때 최초 인지농장을 최초 발생 사례로 보고 방역한다면 이미 포위망을 일찌감치 벗어난 위험상황에 직면했음을 동시 다발적으로 퍼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다음은 SOP가 있음에도 정부의 늑장대응을 들 수 있다.

AI 대책을 다루는 범정부 차원의 관계 장관회의가 농가 최초신고이후 26일 만에야 열렸는가하면 AI가 전 지역으로 확산된 다음인 12.16일 에야 위기경보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된 것이다.

지난 2014년 이웃 고창에서 첫 AI 의심신고가 접수 된지 이틀만에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한 것과도 크게 대비된다.

셋째, 가금류 사육농가의 취약한 사육실태를 들 수 있다.

금번 AI사태로 현재 3,000만 마리 살 처분 가금류중 닭이 2,700만수이고 이 중 거의 대부분을 산란계가 차지하고 있다.

산란계 농장의 경우 닭 한 마리 사육공간이 A4용지 한 장에도 못 미칠 정도로 빽빽한 공장 형 사육환경으로 한번 바이러스가 퍼지자 닭이 순식간에 감염돼 폐사 되었다.

이렇듯 가축 감염 병 확산에 취약한 공장 식 밀집사육과 원가 낮추기 경쟁 하에선 AI 대란은 해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개선 대책은 없는 것일까?

우리 정부가 26일 만에 관계 장관 대책회의를 하고 AI가 전 지역에 확산된 다음에서야 위기경보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할 때 이미 이웃 일본은 올 겨울 AI 확정판정 두 시간 만에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방역을 챙기면서 일본은 살 처분 200만 마리에서 진정을 보이는 반면 우리는 벌써 3,000만 마리가 넘게 살처분 했다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먼저 ‘거점 소독센터 ’ 설치를 지원하여 주요거점에 국가 재난형 가축 질병이 조기차단 될수 있는 방역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하겠다.

이 시간에도 모든 공무원과 가금류 사육농가, 방역당국 에서는 AI 의 확산 방지와 조기 퇴치를 위하여 고군분투 하고 있지만 조기박멸은 커녕 기간이 더 늘어나면서 피해는 더 커지는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다.

초기인지 단계부터 전 지역거점 소독센터를 통한 체계적인 방역활동이 이루어 지도록 시설을 확충 하는것이 급선무라 하겠다.

다음은 사육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마련과 “휴업 보상제 도입”등 과감한 지원이다.

AI에 취약한 밀집사육을 개선해야 한다.

일찌기 친환경 사육으로 지난 13년간 AI 발생 건수가 영국3건, 독일 8건, 스웨덴 1건에 그쳤지만 지난 2012년부터 27개 유럽연합 (EU) 회원국은 아예 밀집사육을 법으로 금지했다.

우리는 2003년 이후 살처분 보상금, 생계소득 안정자금 융자, 수매지원 등 8,500 억원을 썼다.

매몰 비용을 합하면 그 비용은 1조가 넘는 천문학적 예산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보다는 친환경 시설과 동물복지 차원의 사육 친환경 개선비용의 지원과 밀집사육을 금지하는 법률을 시급히 제정 하여야 한다고 본다.

특히, AI가 창궐하는 겨울철에 사육을 중단하는 대신 휴업 농가에 보상금을 지원하는 “휴업 보상제” 를 과감하게 도입 한다면 해마다 반복되는 AI 발생을 사전차단 하거나 피해 규모를 극소화 할수 있으리라 본다.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AI가 발생하여 현재 국내 닭 17,4%, 오리 28%가 살 처분으로 사라졌고 앞으로 5,000만 마리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정부와 농가의 직접 손실 8,537억원 그리고 육가공업과 음식업의 간접손실까지 합하면 1조4769억 원에 이를 것이라니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특히, 계란파동으로 미국산 흰 달걀이 긴급 수입되어 시판에 들어갔지만 설 명절을 앞둔 주부들은 차례 상을 걱정하고 제과. 제빵 업계는 물량 확보를 걱정하고 있다.

일찍이 닭은 인간과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통계에 의하면 2015년 우리나라에선 9억 6000만 마리의 닭이 소비 되었고 달걀은 하루 4,000만개, 1년이면 150억개로 국민 1인당 280개를 먹는다. 계란 없는 밥상, 닭 없는 복날을 생각할 수 없듯이 닭은 인간에게 가장 값싸게 양질의 단백질을 제공하는 국민 먹거리이다.

다행히도 요즘들어 AI 의심신고가 진정국면을 맞고 있다.

정유년 붉은 닭띠 해를 맞아 AI 대란에서 빨리 벗어나 주인공인 닭이 건강하게 번성하고, 삶에 지친 우리동네 치킨집 아저씨도, 닭.오리 사육농가도 동네 가게에서 달걀을사는 주부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떠 올릴수 있는 새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데스크 기자  jbk1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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