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원 대표이사 / 편집국장

2016년은 정말 다사다난했던 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무척 많았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런 상황 속에 2017년 닭의 해가 밝았다. 예로부터 닭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로 평범함과 차선책의 대명사로 여겨 속담에서도 `닭의 새끼 봉 되랴' 등으로 표현돼 왔다. 여기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처럼 암탉을 불운과 불행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평범함 속에 빛나는 비범함이 있듯 닭을 새벽을 알리는 신조(神鳥)이며 마귀를 쫓는 길조(吉鳥)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닭은 어떤 존재였을까? 첫 번째, 닭은 희망의 상징이었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계림(鷄林), 계용(鷄龍) 등의 명칭이 박혁거세, 김알지, 수로왕비 등의 설화에 등장하며, 고구려 고분벽화인 무용총 천장의 닭 그림과 신라 천마총의 계란 단지, 백제 고배의 달걀 껍데기, 가야 지산동 닭 뼈 등의 유물과 유적이 발견됐다. 이처럼 닭은 왕이 나타날 때 서조(瑞兆)를 보여주는 상징물인 동시에 무덤의 부장품으로 부활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성경 마태복음 제27장 75절에는 “베드로가 예수의 말씀에 닭 울기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하심이 생각나서 밖에 나가서 심히 통곡하니라”라는 구절이 나온다. 베드로가 예수를 모른다고 했던 순간에 등장한 닭 울음소리는 어둠과 악을 쫓고, 죄와 죽음을 극복하는 회개의 대상물이며, 바로 새로운 희망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월대보름인 1월15일 새벽에 닭이 우는 횟수에 따라 많이 울면 울수록 풍년이라 점치는 닭 울음점의 풍습이 있었는데 이는 닭 자체를 희망으로 본 것이다. 더불어 전통혼례식에서는 교배상에 보자기에 싼 암탉과 수탉을 올려놓았다. 교배상 위에 올려놓았던 닭은 대례가 끝나면 날려 보냈는데 그 이유인즉, 신랑과 신부가 닭이 가지고 있는 부부애, 자녀양육, 생활권 사수 등의 정신을 이어받아 희망찬 첫걸음을 잘 내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두 번째, 닭은 깨달음의 상징이었다. 불교에서 닭은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는 군다리 보살의 화신이며, 부처의 교법을 정리한 `증일아함경'에서는 `계두왕(鷄頭王)이 다스리는 나라'가 등장한다. 이처럼 불교에서 닭은 부처의 현신으로 인간에게 깨달음을 유도하는 존재였다. 한편, 중국 노나라 재상 전요는 애공에게 닭은 인(仁), 신(信), 용(勇), 문(文), 무(武) 등의 오덕을 갖춘 영물로 행실의 근본이 되는 대상으로 형상화시켰다. 아마 2017년 정유년은 희망과 깨달음의 상징인 닭의 기상을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면 분명히 좋은 날이 올 것이다. 국민 모두가 희망이 필요한 이 시점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인용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말처럼 현재 힘든 이 시간이 닭의 기운을 받아 다시 마음을 다잡고 희망찬 내일을 기약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2017년 정유년을 시작하면서 춘추전국시대 재상 소진이 한 이야기 중 계구우후(鷄口牛後)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닭의 머리가 될지언정 소의 꼬리가 되지 말라'는 의미다. 스스로의 자립을 통해 최선의 성과를 만들어낸다면 약자의 전략이 통할 수 있다. 우리 모두 그런 한 해를 설계해 보자.

서주원  jbk111@hanmail.net

<저작권자 © 아리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