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이  흔

본명 김형미. 1978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0년 《진주신문》 가을문예 시 당선,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과 2003년 『문학사상』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집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 『오동꽃 피기 전』이 있으며, 2011년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E-mail: hyeongmi6348@daum.net

  물은 각기 다른 소리를 지니고 있어요. 달라도 물소리죠. 수달은 그 물을 책임지고 산답니다. 까만 쥐눈이콩 같은 눈을 하고서 말이에요. 오염되지 않은, 맑고 깨끗한 물의 마음을 수달은 아는 거예요. 여러 마리가 가족을 이루어 뭉쳐 다니는 습성이 있는 수달.

  그런 수달이 사람처럼 손을 잘 쓴다 하네요. 먹이를 먹을 때는 두 손으로 먹이를 꼭 붙들고 있지요. 연체동물이나 절지동물, 물고기와 양서류까지 못 먹는 게 없네요. 간식으로 방울토마토까지 먹을 수 있다니까요. 손을 움직이는 일은 언제나 즐거워요. 손이 움직인 자리마다, 손이 원하는 것이 만들어져 있거든요. 때로는 손이 생각지도 못한 기적이 이루어져 있기도 하지요. 그래서 수달은 작은 돌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해요. 때로 아기들을 들고 나르는 일도 손으로 하지요. 작지만 다양하게 쓰이는, 수달의 손. 어쩌면 수달은 먹이를 먹는 것 외에 사람처럼 악기를 다루고 있는지도 몰라요. 물의 소리를 내는 악기 말이지요. 몸도 물과 같은 나선형의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손이 재주를 부릴 때는 잔재주는 손가락 사이에 감추고, 제 소리를 제대로 내야 하는데 수달은 그것도 참 잘해요. 잠수할 때는 코에 있는 판막을 닫아 물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을 줄 아는 걸 보면 말이에요. 발가락 사이에 있는 물갈퀴와 굵고 광택이 나는 방수털이 있어, 암수 모두 항문에 사향샘이 있는 수달은 아무리 추운 물속이라도 끄떡없지요.

  60일 정도의 임신기간이 지나 2~5마리까지 새끼를 낳는 수달은, 14주 동안은 어미의 사랑을 새끼들에게 듬뿍 전하기도 한답니다. 갓 태어난 귀여운 새끼들에게도 그렇게 물의 마음을 전해줄 거예요. 발톱이 약해 다른 동물들과 달리 스스로 땅을 파거나 해서 보금자리를 마련하지는 않아요. 그냥 물가의 나무뿌리나 계곡 바위틈의 은폐된 공간을 보금자리로 이용하는 거예요. 활동반경이 넓은 편이라 여러 개의 보금자리를 가지고 있기도 한데요, 조심성이 많아 외부의 간섭에도 민감하답니다.

  수달은 물속에서 생활을 하지만 보금자리에는 꼭 물기를 다 말리고 들어가요. 때문에 주변에 갈대나, 흙이 많으면 쉼터로 쓰기도 하지요. 야행성이라 낮에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수달은 조용하고 어두운 곳을 좋아해요. 굴 속 같은 데 말이지요. 그 속에서 매일매일 나를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는지도 모르지요. 한 올 한 올 건져 올려질 것만 같은 청아한 물을 떠다 바느질하는 꿈을 꾸고 있을지도. 

  그런 수달에게서는 늘 물소리가 들려요. 물처럼 항상 겸손한 손을 가지고 있는 수달. 그 수달이 바라보는 별에서도 물소리가 들리겠지요. 잔잔하고 고요하면서도 작은 귓가에 휩쓸리지 않는 물의 소리. 수달마냥 걸을 수도 있고, 긴 꼬리를 지지대 삼아 꼿꼿이 서 있을 수도 있는 물의 마음을 말이에요.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대표적 멸종위기에 있는 수달이 전주천의 새로운 식구로 오래오래 우리 곁에서 그 마음을 전해주기를 바란답니다.

데스크 기자  jbk1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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