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주 원 / 아리울신문 대표이사 겸 편집국장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간 뇌의 구조나 욕망의 작동 방식 그리고 사람 살아가는 행태들이 인류 태동 이래 거의 바뀌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인지, 말도 되지 않는 일들이 시간과 장소·주인공만 바뀐 채 일어나곤 한다.고대 중국사에 등장하는 은(殷)나라는 탕왕이 하(夏)나라의 폭군 걸왕을 내쫓고 세운 나라다. 13년간 재위한 탕왕은 중국 전설 속 명군인 요와 순의 계보를 이은 왕으로 꼽힌다. 하지만, 무려 7년간이나 혹독한 가뭄이 이어지자 백성의 성난 눈초리를 견디지 못한 나머지 여섯 가지 잘못을 적어 벽에 걸어 놓고 반성한다.“첫째, 정치가 절제되지 않고 문란하지 않은가. 둘째, 백성들이 생업을 잃고 경제가 어렵지 않은가. 셋째, 궁전이 화려하고 사치스럽지 않은가. 넷째, 여자의 청탁이 성하고 정치가 불공정하게 운영되지 않은가. 다섯째, 뇌물이 성행하지 않은가. 여섯째, 참소로 어진 사람이 배척당하고 있지 않은가.”조선의 왕들도 국정이 어렵거나 가뭄이 들어 기우제를 지낼 때면 거의 반드시 탕왕의 반성문을 활용했다. 성종도 재위 6년 만에 극심한 가뭄이 들자 반성문을 썼다. 성종실록에 따르면 이 반성문에는 “나에게 잘못이 있는지, 충신과 간신이 혼동되었는지, 상벌이 잘못되었는지, 감사와 인사고과 평가가 공정하지 못했는지, 뇌물이 횡행하는지, 약한 자를 짓밟는 자가 많은지” 등을 잘 살피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성종이 쓴 반성문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탕왕의 경우엔 기도를 마치자 하늘이 감동해 비를 내렸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하늘은 백성일 테니, 백성들은 반성문으로나마 자신들의 괴로움과 원통함을 헤아려 주고 소통해 준 탕왕을 용서했다는 이야기가 된다.요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청문회를 실시하는 등 정세가 어지럽다. 가깝게 우리 지역에서는 정읍시장의 공직선거관리법 위반 혐의, 부안군청 모 팀장의 가로등 업체 뒷돈 수수 혐의, 고창군의회 의원의 건설공사 관련 리베이트 수수 혐의 등 혼탁하고 어지럽기 매 한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문에서 말한 자괴감이라는 단어가 우리 지역민들이 느끼는 감정이 돼 버렸다.
매해 추운 겨울이지만 올 겨울은 몸도 마음도 유난히 춥고 힘든 시간이 될 듯 하다. 우리 지역의 리더들. 정말, 몇장의 반성문이라도 부족할 지경이 아닐까 한다.

서주원  jbk1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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