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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칼럼] 이삭줍기가 절도인가법학박사, 칼럼니스트 서인복

한 달여 전 부터 게시되어 있는 현수막이 있다. “농심 울리는 이삭줍기는 절도죄로 처벌받습니다.” 참으로 부적절한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 이 정도 수준의 현수막은 아마 5,60년 전의 자유당 시절에나 게시되었음직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된다.

옛날이라고나 할 예전에는 참외서리 수박서리 그리고 동네의 농가에서 서너마리씩 기르던 닭을 주인의 허락 없이 잡아다 먹던 닭서리가 있었는데 이런 일은 모두 미풍양속으로 보아 용인이 되었었다.

그럴 수도 있는 일로 보아 웃어 넘기던 일이었다. 필자도 참외서리를 해보았는데 캄캄한 밤에 살금살금 밭에 들어가 참외를 익은 놈을 골라서 따고 있을 때쯤엔 원두막에서 자고 계신줄 알았던 어르신이 한마디 하신다. “이놈들아, 순 밟지 말고 조심해서 따가거라.” 우리는 혼비백산 하여 도망쳐 오던 것이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른다. 이런 일로 고소나 고발을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던 것이 세상이 변하여 이런 일로 하여 고소나 고발이 잦아지면서 이제는 이런 일은 없어졌다.

그 뒤에 주로 인삼농사를 대량으로 짓는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최소 몇천평에서 몇만평을 짓는데 5~6년근을 수확하면 몇억원이 되는 큰 돈을 쥐게 되는 큰 농사꾼이었다. 그들은 대개가 통이 크고 너그러웠다. 아직 수확한 밭에 상당히 많은 이삭이 남아 있는데도 주민들이 주어가는걸 막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어느때에는 어떤 악덕 농사꾼이 주민들이 이삭을 줍는 것을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쳐다보고 있다가 다 주었다 싶으니 “아줌마들, 그 인삼을 놓고 갈거요, 경찰서로 갈거요?”하더란다. 주민들은 놀라서 싹싹 빌고 주운 이삭을 놓고 왔다고 한다. 이런 못된 자들도 있다. 이삭을 줍는 일이 밭주인의 의사에 반하는 일이라면 그리고 절취의 의사가 있었다면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즉, 훔칠 의사를 갖고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이다. 수확을 마친 밭이고 늘 그랬던 것처럼 주어가도 되는줄 알았다면 절되죄로 처벌이 가능할까? 절도죄를 굳이 적용하자면 “미필적 고의”정도의 무리한 처벌을 시도 할 수야 있겠지만 단정하기는 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도의 일이 현수막의 내용처럼 “농심을 울리는” 그런 일일까? 이런 내용이야말로 이삭줍기를 하는 아니 했던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표현은 아닌가.

부안군청의 모 부서에서 게첨했다는 표현도 있다. 굳이 그 부서를 말하지는 않겠다. 차라리 “처벌받을 수도 있다” 이정도의 순화된 표현이라도 했으면 어떨까. 일제때 순사도 아니고 자유당때의 면서기도 아니고 우격다짐으로 국민을 강제하고 다스리겠다는 의도로 보이는건 필자만의 생각이었으면 다행이겠다.

"농심을 울린다?“ 참 기가 막힌 표현이다. 부안군청의 공무원들의 생각이 좀 바뀌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란다.

 

@서인복 법학박사, 칼럼니스트

데스크 기자  jbk1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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