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좀 한가하여 17년전인, 2003년의 일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아마 영원히 지워질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방폐장 유치사건이 시작된게 7월이라 기억한다. 그 때 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을 정치인들이 흔적이 찾기 어려운 몰락을 당한 큰 사건이고, 부안군민들에게는 방폐장을 찬성하느냐 반대 하느냐에 따라 원수가 되어버린 어처구니 없는 일이 결과로 된 참으로 기막힌 때가 바로 2003년부터 2년여였다.

그 때 제일 큰 바보는 누구였을까. 당시의 군수였던 김종규 군수라면 아마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 변덕스러웠던 노무현 정권을 믿고 안면도를 비롯한 두어곳에서 사람까지 죽어나가며 극력 반대를 했던 그 혐오시설을 덜컥 준비도 없다시피 유치신청을 한 장본인이기에 바보라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다.

다음 바보라면 아마 그 때 부안군의회 의장을 지낸 김형인 의장이 아닐까. 그냥 편안하게 의장이나 2년 지내고 원로로서 대접 받으며 평탄한 노후를 즐기던지 도의원을 가던지 군수를 노리던지 하면 될 일을 김종규 군수와 함께 산자부에 가서 방폐장 유치신청을 했고 그 것이 매스컴에 대서특필되고 그 이후로 정말 인생의 쓴 맛을 보게 되고 겪어보지 못한 가시밭길을 걷게 되었으니 두 번째 바보로는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그러면 세 번째 바보는 누구인가. 당시의 부안군의회 자치행정위원장인 필자가 아닐까 생각된다. 천신만고 끝에 군의원에 당선 되어서 잘 나가던 필자가 무슨 방정으로 그런 위험한 일에 뛰어들어 신세를 망쳤다 할 정도의 몰락의 길을 가게 되었는지 아마 그 때 귀신이 씌었던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당시에 원광대학교 법과대학에서 법학강사까지 하고 있어서 상당히 촉망받는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던 필자가 누구의 말대로 가만히 자빠져있었으면 한번이라도 더 해먹었을 것이고 의장은 해먹었을 판인데 미친 짓을 하고 만 것이다.

네 번째 바보는 누구인가. 아마 김명석 유치위원장과 이영택 유치위원장이라고 보는데 이 두분은 이 일에 관계를 할 동기가 없는 분들이었다. 살림살이가 넉넉하기도 하거니와 누구에게나 싫은 소리를 들을 일이 없는 분들인데 어쩌다 그 일에 휘말려서 못당할 일들을 많이도 당하였다.

위도의 정영복 위원장은 또 어떤가. 위도에 큰 일을 한번 해보자고 나선일로 많은 어려운 일을 겪고 지금은 위도에서 생업에 충실하고 있기는 하나 그 좌절감이나 아쉬움은 지금도 많이 괴로울 것으로 짐작이 된다. 당초에 이 일을 너무 쉽게 본 게 잘못이지만 당시의 정부를 믿은게 잘못이라면 큰 잘못이었다.

또 다른 바보가 있다. 고영조 반대대책위의 대변인이다. 그 일에 연루되지 않았다면 하다 못해 청와대 행정관이라도 갔었을 사람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 XX는 안돼”라고 했다는건데 방폐장문제로 앞길이 막힌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바보는 누구인가. 당시의 정균환 국회의원이 아닐까. 당시에 여당의 사무총장이던 사람이 국책사업을 반대하고 나섰고 급기야는 상대도 되지 않던 걸로 보이던 김춘진에게 패하는 수모를 겪었고 몰락의 길을 가게 되었으니 얼마나 한이 되었을까.

지혜없는 짓을 한 사람들이 위에 열거한 사람들이라고 필자는 보고 있다. 그때의 그 극렬했던 일이 이제 추억이 되어간다. 이들이 바보였는지 아니었는지는 아직은 평가가 이르다. 먼 훗날 역사가의 몫으로 남겨둘 일이다.

이 가을이 참 쓸쓸하다.

@서인복 법학박사, 칼럼니스트

데스크 기자  jbk1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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