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출사표의 뜻을 알고나 하는 소리인가.

독자제현들이 대개 아시는 것처럼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량이 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위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전쟁에 나서면서 일종의 결재를 받기 위해 황제에게 올린 충성의 맹세문의 성격의 글이라면 적당한 정의가 될 것인지 모르겠다.

요즈음 국회의원선거에 나오는 사람들 중에는 출사표를 던졌다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언론에서도 출사표를 던졌다는 표현을 거의 쓰고 있다. 출사표가 무엇인가. 신하인 제갈량이 황제 유선에게 올린 글이 아닌가. 국회의원 후보라는 사람들은 아니 다른 선거도 마찬가지이지만 유권자인 국민 아니 주민들에게 출사의 표를 던진다는 말인가? 그렇게 표현한대로 문리적으로 해석하자면 국민이나 주민들은 후보자보다 위치상 한참 아래에 위치하는 존재로 보는 것인가?

제갈량이 올린 출사표는 황제에게 그야말로 조심스럽게 정성을 다하여 올린 것으로 우리는 알 수 있는 건데 국민의 공복이 되겠다는 후보자들이 출사표를 던진다는 것은 한참 잘못된 표현이 아닌가. 그러한 표현은 출사표를 국민이나 주민을 당선된 뒤에는 졸로 보는 숨겨진 못된 심성이 드러나는 것 그건 아닌가 하는 억지의 추론도 가능할 법은 하다.

그러나 어찌 그럴 리가 있겠는가마는 말은 정말 신중하게 해야 한다. 뜻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말을 거의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걸보면 필자는 참으로 딱하게만 보인다. 또 비슷한 일이 있다.

시장이나 군수를 목민관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요즈음도 가끔은 있다. 목민관이 무슨 뜻인가. 한자로 말하자면 ‘기를 목’자를 쓰는 목민관인 것이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실 때 백성들을 가리켜 ‘어린백성’이라 한 그 백성의 개념으로 그들을 기르는 높은 어른의 뜻으로 그런 용어를 쓰는 것이다. 이 무슨 불경한 짓거리인가. 우리는 목민관을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공복을 뽑는 것인데 그리고 그 공복은 국민이나 주민을 주인처럼 아니 하늘처럼 떠받들어야할 공적인 종노릇을 하겠다는 사람이 아니어서는 안되는게 후보자 자신이나 국민 그리고 주민들의 의식이라고 말하면 시장 군수의 위치를 너무 폄하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으나 장삼이사의 우리의 평범한 백성들의 의식은 그렇다는게 필자의 견해이다. 공복의 '복'자가 바로 종이라는 뜻의 '종 복'자가 아니던가.

필자는 때로는 너무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다는 얘기를 듣는데 그러한 면이 없지 않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용어중에 ‘엠오유’라는 영어의 약자가 있음은 독자제현들은 익숙하시리라 생각한다. ‘협약’이라고 해석하기도 ‘양해각서’라고도 하는데 영어로는 ‘memorandum of understanding' 이라고 쓰는데 굳이 억지를 부려 말하자면 ‘가계약’의 성격으로 본다면 무리한 해석일까? 그걸 ‘엠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참 민망하다. 그러나 그걸 어떻게 면전에서 어떻게 고쳐줄 것인가. 그사람에 대한 나의 이미지만 바뀔 뿐이지. 그리 중요한건 아니나 못된 나의 고지식은 그걸 놓치지 않고 마음속에 담아놓고 마니 내 심성의 편협함을 고치지 못하는 이 결벽을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법학박사, 칼럼니스트 서인복

데스크 기자  jbk1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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