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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초짜’라는 말은 ‘’어떤 분야에서, 처음으로 일하여 그 일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다.

얼마 전 모처에서 지인(知人)과 저녁 식사 겸 반주(飯酒)를 하는 자리가 있었고 어느 덧 반주의 자리가 무르익을 때 쯤, 다른 방에서 모처 간부급 공무원이 얼큰한 얼굴로 나와 필자에게 인사를 건내며 잠깐 동안 동석(同席)을 하게 됐다.

개인적인 친분이야 두텁지만 여러 이유로 격조(隔阻)했던 이유로 반갑게 술잔이 오가던 중 필자가 물었다.

“형님! 요즘 어때요? 업무도 바뀌고 많이 힘드시죠?”라는 의례적인 질문을 던졌다.

“에이! 힘든 거 없어! 사장이 초짜라 잘 모르고 그냥 대충 하고 있어! 내 근평(근무평점)만 신경쓰면 되는거지 뭐! 선수끼리 왜 그래!”

신문사에 재직하는 필자를 무시하는 건지. 필자와의 친분이 그만큼 두터우니 마음속 이야기를 후련하게 얘기하는건지. 평소 주량(酒量)보다 과음(過飮)을 한 건지.

아무튼 그 말 이후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다소 불편한 자리였음은 일주일여가 지났어도 불쾌한 마음이 드는걸 보니 예삿일은 아니였음이 분명하다.

필자는 지난 2001년 새부안신문을 시작으로 여러 이유로 정부고신문, 전북서남신문 등 신문사의 제호(題號)를 바꾸며 지금의 아리울신문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 많은 단체장들이 바뀌는 것을 봤고 민선 단체장이 새로운 출발을 할 때 마다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라는 대동소이(大同小異)한 칼럼을 썼다.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은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말로 ‘윗 사람과 아랫 사람이 같은 목표를 바라봤을 때 비로소 승리할 수 있다’라는 말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 지자체의 간부급 공무원이 해당 단체장이 ‘초짜’여서 편하다는 말은 이 조직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예로 볼 수 있다.

대충 짐작이야 할 수 있겠지만, 본지(本紙)의 주된 취재 범위가 정읍, 부안, 고창인데 관내 단체장들 모두 다 위에서 말한 간부 공무원이 말한 ‘초짜’여서 어느 지역인지 쉬이 파악하긴 난해하겠다 싶어서 다행이다 싶다.

필자가 육군 소위로 임관을 하고 전남 장성 상무대에서 소대장 교육을 받은 후 북한의 대남방송이 쩌렁쩌렁 들리던 강원도 철원의 모 부대의 소대장으로 부임하던 날. 중대장 차량 운전병이 우리 소대원들에게 하던 말 “야! 1소대 삥 왔다!”라는 말은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잊지 못한다. ‘삥’이라는 말은 이등병과 같은 신병을 지칭한다.

장교라는 자존심과 그간 힘든 과정을 버텨서 소대장으로 부임했다는 자부심이 한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 다음 날부터 하사관(지금은 부사관)과 병장들의 무시, 그리고 밤마다 이어지는 선배들의 구타, 그리고 낯 설은 환경 등이 매우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렇게 하루 하루 타협 아닌 타협을 하고 몽니 아닌 몽니를 부리고 작전 지역을 파악하고 노력했고 시간이 지나니 부대 운영의 흐름 등을 파악하며 우리 소대가 군단 선봉 소대 표창을 받기에 이르며 필자에게 장기(長期) 신청을 하라는 선배 장교들의 조언도 받았다.

‘초짜’도 시간이 지나면서 노력을 배가하면 ‘초짜’가 아닌 것이다.

각설(却說)하고, 필자가 말하기에는 아직 인생의 깊이가 없다 할 수도 있겠지만 인생은 ‘초짜’의 연속이라 생각한다. 그런 ‘초짜’를 판단하는 자는 ‘초짜’여서 미숙하다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인생은 ‘초짜’의 역할을 거듭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초짜’다. 유치원에 들어갈 때도 ‘초짜’, 초등학교에 중학교에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도 ‘초짜’, 군대에 입대할 때도 사회에 나올 때도 그리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엄마 아빠가 될 때도 다 ‘초짜’다.

그 ‘초짜’들이 발전해서 전문가도 되고 우수한 인력이 되고 훌륭한 가장(家長)도 되고 훌륭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초짜’ 사장이라서 편하다는 모 간부 공무원의 말이 과음(過飮)으로 인한 실언(失言)이라 치부하고 싶다.

이제 본격적으로 민선 7기가 시작됐다. 공약을 실천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이 단체장을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

일부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는 단호하게 쳐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들어야 한다. 간언(諫言)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초짜’ 단체장이 연임을 해서 ‘초짜’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남은 임기도 짧다. ‘초짜’ 단체장들의 ‘초짜’ 탈출을 기원하는게 아니라 ‘초짜’라서 아무것도 못하고 남은 임기 지나가는 동안 지역주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지역 발전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초짜’ 단체장 들을 포함한 모든 방면에 ‘초짜’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만 초짜 하자. 힘을 내라 초짜”

서주원  jbk1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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