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한(前漢)의 원조는 걸핏하면 쳐들어 오는 골칫거리 흉노족과의 화친을 위해 흉노왕에게 공주를 시집보내야 했다.
궁녀 중 한 명을 공주라고 속여 보내기로 꼼수를 부린 그는 궁녀들의 초상화집을 가져오게 해 가장 못생긴 왕소군(王紹君)을 골랐다가, 흉노 땅으로 떠나는 그녀의 실물을 보고선 땅을 치고 말았다. 하늘을 날던 기러기떼가 미모에 취해 날갯짓을 잊고 땅에 떨어질만큼 절세미인이었기 때문이다.
양귀비, 서시, 초선과 함께 중국 4대 미인으로 불리는 왕소군이 ‘미운 놈에게 주는 떡 하나’ 로 선정된 건, 어이없게도 괘씸죄 때문이었다.
당시 궁녀들은 황제의 환심을 사기위해 궁중화가인 모연수에게 뇌물을 바쳐가며 제 얼굴을 예쁘게 그려달라고 청했지만, 워낙 미모가 출중했던 왕소군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결국 모연수는 왕소군의 초상화를 가장 못나게 그렸고, 못생긴 궁녀 한명 보내 평화를 얻고자 했던 원조는 제 발등을 찍어버린 것이다.
훗날 이백과 동방규가 각각 소군원(紹君怨)이라는 시를 통해 그녀의 슬픔을 노래할 만큼 왕소군은 대표적인 비애의 주인공이지만, 한나라는 그 대가로 강대국과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동방규의 소군원에 나오는 구절이 바로 유명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니, 봄이 와도 봄같지 않다는 뜻이다.
각 후보들의 출판기념회가 이어지고 예비후보를 등록하고 각종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홍보하는 걸 보니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그런데 부안군의 여론은 지난 선거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군수 선거와 관련해서 말이다. 물론 모든 유권자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필자가 만나는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은 ‘누구를 지지한다’라는 말보다 ‘누구만 안되면 누가 되던지 상관없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은 당선되면 안된다라고 말하는 그 ‘누구’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었을까. 대부분의 지역민들은 그 ‘누구’라고 지칭되는 사람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간 그 ‘누구’가 보여준 행동 그리고 언동(言動)들에 배신감 그리고 실망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물론 모든 지역민들이 그렇게 느끼지는 않을 테지만 말이다.
그 ‘누구’가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대부분의 지역민들이 알겠지만 혹여 그 ‘누구’가 해왔던 일들을 나열하면 그 ‘누구’가 누구라고 특정해버리는 꼴이 되기에 열거하지는 않겠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지만 말이다.
현재 부안군수 선거와 관련한 선거판의 행태는 왕소군의 비애를 자초한 원조의 꼼수를 떠올리게 한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그리고 지역 발전을 위한 자기만의 독특한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앞서 말한 그 ‘누구’의 잘못만 물고 늘어지는 형국이다.
또한 공천에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후보들이 앞다퉈 지역 유력 정치인과 원로들에게 줄을 대려 기를 쓰는 것도 사실은 미모에 자신없는 궁녀들이 궁중화가 모연수에게 뇌물을 갖다 바친 것과 다름이 없는 모양새다.
정말 우려되는 것은, 이같은 선거판이 지속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인재들이 왕소군과 같은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 지역 주민을 최우선으로 한다며 꼼수를 거듭하는 지금 부안군수 선거판을 보면 이번 선거에서 진정한 일꾼들이 선택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해진다.
앞서 말한 그 ‘누구’가 아니면 어느 ‘누구’가 되도 상관없다는 부안군민의 자포자기식 말들을 돌아보면 부안군민들이 봄은 왔으되 봄이 아니라며 한탄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서글픈 마음이 든다.

서주원  jbk1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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